에치와 헨타이 차이 — 일본에서는 의미가 뒤집힌다

에치와 헨타이 차이 — 일본에서는 의미가 뒤집힌다

서양 장르 이름과 일본어 속어는 같은 철자를 쓰지만 무게가 다르다.

서양 팬이 에치라고 부르는 작품은 대개 속옷이 스치고, 카메라가 가슴을 따라가는 정도의 수위다. 같은 사람이 헨타이라고 부르는 쪽은 이미 노골적인 성인물이다. 그런데 일본에서 이 두 단어를 그대로 쓰면, 무게가 거의 뒤집힌다.

친구에게 헨타이라고 부르는 일은 일본에서 꽤 흔하다. 이상한 변태라는 핀잔에 가깝다. 반대로 에치를 입 밖에 내는 쪽은 성이나 야한 짓을 직접 건드리는 말에 가깝다. 장르 이름인 줄 알고 썼다가 대화가 어색해지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목차 7

서양에서의 에치와 헨타이

애니메이션을 오래 봤다면 에치가 장르 태그처럼 붙어 있는 모습을 기억할 것이다. 속옷이 보이거나 가슴이 튀어오르는 장면, 그러니까 팬 서비스가 작품의 리듬을 잡아먹는 경우를 그렇게 부른다. 안타깝게도 상업 애니메이션 상당수에는 그 장치가 조금씩 섞여 있다.

반면 헨타이는 그림으로 된 포르노를 가리킨다. 서양 용법에서 에치는 한 단계 아래, 헨타이는 성관계가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쪽이다. 문제는 이 두 단어가 일본에 들어가면 서로 자리가 바뀐다는 점이다.

일본에서의 에치와 헨타이의 의미

서양에서는 에치가 가볍고 헨타이가 무겁다. 일본에서는 누군가를 헨타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 사람이 이상한 변태라고 말하는 것에 가깝다. 같은 자리에서 에치를 꺼내면 성이나 관능적인 행위를 직접 건드리는 말이 된다.

일본어에서 에치는 보통 H로 적고, 발음은 엣치(エッチ)다. 영어 글자 H의 일본식 읽기다. H가 헨타이(hentai)의 첫 글자라는 설명이 가장 흔하다. 단정할 수는 없지만, 애니메이션 B형 H계(B Gata H Kei)처럼 제목에 H를 박아 두는 작품이 그 뉘앙스를 잘 보여 준다.

에치는 성관계만이 아니라 부적절한 농담, 야한 분위기, 선을 넘는 손길에도 붙는다. 작품을 볼 때 변태 캐릭터를 헨타이라고 부르고, 야한 짓을 말할 때 H(エッチ)를 쓰는 패턴을 한 번 의식해 보면 구분이 훨씬 잘 들린다.

그래서 일본에서 애니메이션 포르노를 헨타이라고 부르는 것은 어색하다. 반대로 살짝 야한 작품을 에치라고 부르는 것도 현지 감각과는 어긋날 수 있다. 공개적으로 에치를 말하기보다 친구에게 헨타이(변태)라고 놀리는 쪽이 훨씬 흔하다.

헨타이(変態)는 일본에서도 항상 무거운 금기어는 아니다. 이 단어는 변형, 변신의 뜻으로도 살아 있다. 로마자로 hentai를 검색하면 노골적인 이미지가 쏟아지지만, 한자 変態를 치면 전혀 다른 그림이 나온다.

헨타이는 이상한(変)과 태도·상태·모습(態)이 붙어서 만들어진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일본어 단어가 서양에서 왜 이렇게 무거운 장르 이름이 되었는지 아직도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서양일본
에치 (ecchi / エッチ)속옷·팬 서비스 중심의 장르야한 짓, 때로는 성관계를 가리키는 속어
헨타이 (hentai / 変態)노골적인 성인 애니·만화변태라는 평가, 또는 변형이라는 본뜻
모자이크로 가려진 일본 성인 애니메이션의 검열 장면

일본에서 에치와 헨타이 대신 쓰는 말

에치가 사전적으로 성을 뜻하지는 않는다. ‘부적절한 것’에 가깝다. 에치 시요우(エッチしよう)라고 하면, 야한 짓 하자, 사실상 관계를 갖자는 초대가 된다. 일본어는 이런 돌려 말하기를 좋아한다. 한 단어로 정면을 찌르는 표현을 피하려는 버릇이 있다.

성을 문자 그대로 가리키는 말은 섹스(セックス)다. 성별은 세이(性), 세이베츠(性別)이고, 세이테키(性的)는 성추행이나 성적 흥분처럼 다른 말과 붙어 쓰인다.

그렇다면 헨타이가 변태라면, 일본에서 애니메이션 포르노는 무엇이라고 부를까. 가장 흔한 말은 에로티시즘에서 온 에로(エロ)다. 포르노(ポルノ)라는 말도 있지만, H(에치)나 에로를 더 자주 본다.

노출이 강한 팬 서비스 구도의 애니메이션 장면

성인 애니메이션은 에로 애니메이션(エロアニメ), 만화는 에로 만화(エロ漫画), 게임은 줄여서 에로게(エロゲ)라고 한다. 영상은 에로 비디오 외에도 H 비디오(Hビデオ)가 자주 쓰인다. 한국 팬들 사이에서는 같은 대상을 야애니, 야겜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일본 성인 영상에는 모자이크 검열이 따라붙는 경우가 많다. 서양에서 헨타이라고 부르는 작품과 현지에서 에로 애니라고 부르는 작품이 겹치는 지점이 바로 그 수위다.

에치 작품은 어떻게 보이나

전통적인 에치에서는 속옷이 보이고, 가슴이 튀어오르고, 카메라 각도가 수상하다. 흥분을 노리고 여성의 몸을 중심에 두는 연출이 반복된다. 코피, 손이 닿을 듯 말 듯한 위치, 가슴에 얼굴을 파묻는 장면, 과장된 신체 비율이 이쪽의 익숙한 버릇이다.

그런 작품은 쇼넨, 쇼조, 세이넨 같은 일반 분류 안에 들어간다. 원작이 에로게인 경우도 있고, 성인 만화에서 수위를 낮춰 온 경우도 있다.

보더라인 H — 경계에 걸린 작품

이쪽은 노골적인 장면이 자주 나오지만, 심의 안에서 생식기를 흰 선, 모자이크, 빛으로 가린다. 성행위는 길게 보여 주되 완전 노출은 피하려는 작품들이다. 신매마왕의 계약자, 성흔의 퀘이서, 노조키아나, 퀸즈 블레이드처럼 일반 애니 선반에 놓이면서도 H에 바짝 붙는 제목이 있다.

아키소라, 후타리 엣치, 이종족 리뷰어즈, 키스×시스도 같은 경계에서 자주 거론된다.

여성을 위한 수위, 그리고 유리·야오이

쇼조, 조세이, 야오이 쪽에는 관계의 밀착과 감정선에 수위를 싣는 작품이 많다. 2010년대 후반부터 매 시즌 몇 분짜리 성인 단편이 섞여 들어오는 패턴도 익숙해졌다. 동성 서사는 에치나 헨타이 태그와 겹칠 수도, 전혀 안 겹칠 수도 있다. 구분이 필요하면 유리 애니메이션야오이 애니메이션을 따로 보는 편이 낫다.

요스가노소라의 남녀 주인공이 가까이 서 있는 장면

헨타이라는 말이 가리키는 것

서양에서 헨타이는 장르 이름이다. 일본에서 같은 칸을 채우는 말은 에로, H, 18금이다. 그 안에 들어가는 소재는 끝이 없지만, 검색창에서 자주 마주치는 말만 짚어 두면 충분하다.

후타나리(ふたなり)는 여성 몸에 남성의 성기가 함께 그려지는 설정이다. NTR 또는 네토라레(寝取られ)는 연인이나 배우자가 빼앗기는 이야기고, 촉수(触手)는 촉수를 가진 존재가 등장하는 성인 연출이다. 가족 관계를 소재로 한 작품도 따로 묶이지만, 그건 장르 이름이라기보다 금기를 건드리는 설정에 가깝다.

표정만 따로 떨어져 나온 말도 있다. 아헤가오가 대표적이다. 일본 성인 문화의 더 넓은 지도가 필요하면 성인을 위한 일본 문화 가이드가 이 글보다 잘 맞는다.

아헤가오로 불리는 과장된 표정 일러스트

수백 개 제목을 여기 나열하는 일은 이 글의 일이 아니다. 작품 이름이 궁금하다면 에치 애니메이션 목록을 보는 편이 낫다. 수위가 부담스럽다면 그 콘텐츠가 남기는 영향을 먼저 읽어 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

결국 기억할 것은 단순하다. 서양에서 에치와 헨타이는 수위의 계단이고, 일본에서 두 말은 속어와 핀잔이다. 같은 철자를 보고 같은 장르라고 생각하면, 대화가 먼저 꼬인다.

출처 및 유용한 링크

저자 소개

Kevin Henrique

일본, 한국, 애니메이션과 게임을 중심으로 아시아 문화에서 10년 이상의 경험을 쌓은 전문가입니다. 일본어 교육, 여행 팁, 깊이 있는 흥미로운 이야기에 집중하는 독학 작가이자 여행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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