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를 조금 배우기 시작하면, 같은 것을 가리키는 말이 여러 갈래로 갈라진다는 걸 곧 느낀다. 그 갈래는 문화, 위계, 예의, 그리고 얼마나 격식을 차리느냐와 맞닿아 있다. 그중에서도 처음 들을 때 유난히 걸리는 갈래가 있다. 같은 ‘나’, 같은 ‘갈게’인데, 끝맺음 하나에 남자처럼 들리거나 여자처럼 들리는 경우다.
한국어로 “갈게”만 들으면 화자의 성별이 잘 묻지 않는다. 일본어의 行くよ와 行くわよ는 둘 다 “갈게”에 가깝지만, 귀로 들어오는 인상은 전혀 같지 않다. 1인칭을 공부하다 보면 ‘나’와 ‘너’를 고르는 방식부터 이미 갈라지고, 단어·구문·어미에도 더 남성적이거나 더 여성적이라고 여겨지는 선택이 쌓인다.
여성적인 말은 onna kotoba (女言葉)라 하고, 여성의 말버릇 전반은 joseigo (女性語)라고 한다. 남성적인 말은 otoko kotoba (男言葉), 그 말투와 어휘는 danseigo (男性語)다. 말과 몸가짐을 한꺼번에 가리킬 때는 (女/男)らしい라는 표현도 따라온다.
목차 4
남성과 여성의 차이
각 성별에 잘 붙는 일본어 단어와 어미가 있다고 해서, 여자아이처럼 말할까 봐 부끄러워할 정도는 아니다. 여성어와 남성어를 가르는 것은 단어 목록만이 아니다. 어떤 단어를 고르느냐, 문장을 얼마나 부드럽게 닫느냐, 상대에게 얼마나 공손하게 맞추느냐가 함께 움직인다.
여성 말투는 더 부드럽고 우회적으로 들리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거친 단정 대신 여지를 남기는 말을 고르는 경우가 많다. 남성 말투는 더 직설적이고, 때로는 강하게 밀어붙이는 인상을 준다. 이 색깔은 캐주얼한 대화에서 더 잘 보인다. 글말에서는 인용문을 빼면 성별 차이가 거의 없고, 경어와 です・ます 같은 정중체에서도 차이가 크게 줄어든다.
여성은 정중한 문법 형태를 더 자주 쓰는 경향이 있다. 실제 거리에서는 중립에 가까운 말만 쓰는 여성도 점점 늘었고, 한때 남성적 어미로 불리던 표현을 젊은 세대가 그대로 가져가기도 한다. 표를 외우기 전에, 누가 어떤 자리에서 그 끝을 붙이는지를 먼저 듣는 편이 맞다.
일본어를 공부할 때 젠더 언어에 대해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경어와 형식적인 말처럼, 이건 공부의 뒷순서로 미뤄도 된다. 지금 배우는 대부분은 이미 대화의 중립적인 길이다. 게다가 이 말투 자체도 계속 움직인다.
어미와 그 젠더
특정 성별이 붙이기 쉽다고 여겨지는 종결어미가 있다. 일본어의 말 변화를 가만히 보면, 여성어로 묶이는 끝맺음이 따로 두드러진 반면, 남성어의 상당 부분은 그냥 구어의 표준에 가깝게 남아 있기도 하다. 문장 끝의 어미는 마지막 단어나 동사에 힘과 태도를 얹는다.
여성어로 자주 묶이는 어미는 이런 것들이다.
- わ — wa
- わよ — wa yo
- わね — wa ne
- のね — no ne
- のよ — no yo
- の — no
- だこと — da koto
- なの — na no
- のねぇ — no nee
- だわ — da wa
- てよ — te yo
- かしら — kashira
남성어로 자주 묶이는 어미는 이런 것들이다.
- や — ya
- ぜぇ — zee
- ぜ — ze
- だぞ — da zo
- だな — da na
- だ — da
- だね — da ne
- な — na
- さ — sa
- ぞ — zo
- かい — kai
위 예시의 상당수는 예전에는 남녀가 함께 썼다. 일부는 지금도 상황, 목소리, 지역, 그리고 문장의 마지막 단어에 따라 중립에 가깝다. 성별이 뚜렷해진 것은 메이지 시대 이후의 표준어 규범과 맞물린 경우가 많다.
특히 わ는 도쿄 표준의 올라가는 억양일 때 여성적으로 들리고, 내려가는 억양이면 더 중립에 가깝다. 간사이에서는 남성도 わ를 자주 붙인다. かしら는 “그럴까” 하고 혼잣말하듯 물을 때 쓰이는 여성적 어미로, 지금은 창작물에서 더 잘 보인다. ね와 よ는 남녀가 함께 쓰는 축에 가깝고, ぜ·ぞ는 밀어붙이는 힘이 세다.
질문에서도 갈린다. 여성 말투는 か를 덜 붙이고 の, なの으로 물음을 여는 경우가 많다. 남성 말투는 か, かい, だい를 더 잘 붙인다. 종조사 ね·よ·の·か를 먼저 손에 익히면, 그다음에야 わ와 ぞ의 색깔이 보인다.
젠더 언어의 다른 점들
중립에 가까운 말, 남성적 인상, 여성적 인상을 나란히 보면 차이가 더 잘 잡힌다. 아래는 초급에서 읽는 히라가나와 한자만 썼다.
| 중립에 가까운 쪽 | 남성적 인상 | 여성적 인상 |
| 行く | 行くよ / 行くぞ | 行くわよ |
| 日本人 | 日本人だ | 日本人だわ |
| 高いのか? | 高いのかい? | 高いの? |
| 何? | 何だい? | 何なの? |
| 私 | 僕 / 俺 | あたし |
| 食べる | 食う | 食べる |
| ごはん / おいしい | めし / うまい | ごはん / おいしい |
표는 전용 규칙이 아니라 경향이다. 食べる와 ごはん은 누구나 쓰고, 食う와 めし는 거칠거나 친한 자리의 남성 말투로 더 잘 들린다. 私·僕·俺도 성별 전용 칸처럼 보이지만, 남성이 공적인 자리에서 私를 쓰는 일은 흔하다.
아이러니한 점은, 대명사는 성별 인상이 갈리는데 명사 자체는 보통 문법적 젠더가 없다는 것이다. 고양이 수컷·암컷을 가르는 일상 단어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대개는 neko (猫) 하나로 충분하다. 사람을 부를 때는 さん·ちゃん·くん 같은 경칭이 이름 옆에 성별과 친밀도의 색깔을 얹기도 한다.
애니메이션 말투와 거리에서 듣는 말
교재와 자막은 “여자는 わ, 남자는 ぞ”를 규칙처럼 보여 주기 쉽다. 창작물은 캐릭터의 여성성·남성성을 한 컷에 심으려고 그 끝을 극단까지 밀어 올린다. 역할어라고 부르는 이 장치는 만화·애니·게임을 읽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그대로 거리로 들고 나가면 대사처럼 들릴 수 있다.
실제 회화에서는 나이, 지역, 직업, 상대와의 거리가 성별보다 먼저 말을 고른다. 젊은 여성은 예전 여성어를 덜 쓰고, 남성도 정중체에서는 ぞ를 잘 붙이지 않는다. 히로인의 わよ를 하루 종일 따라 하면 문법보다 캐릭터가 먼저 보인다. 처음에는 です・ます와 담백한 だ・よ・ね를 안정시키고, 女言葉와 男言葉는 드라마와 실제 대화를 대조해가며 천천히 얹는 편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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