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루타 - 100수의 시 게임

카루타 - 100수의 시 게임

시 한 줄을 듣고 카드를 낚아채는 일본의 경기 문화

시 한 수를 듣자마자 바닥에 펼쳐진 카드 한 장을 낚아채는 게임. 카루타(かるた)는 듣기·암기·반사신경을 한꺼번에 쓰는 일본의 전통 카드 놀이다. 초등 수업에서 교육용으로 쓰이기도 하고, 전국 대회까지 이어지는 경기 종목으로도 살아 있다.

카드의 정답을 상대보다 먼저 집는 구조라서 덱과 규칙에 따라 여러 변형이 생긴다. 이 글에서는 13세기 초 후지와라노 테이카(藤原定家)가 엮은 100수의 와카를 쓰는 우타가루타, 그중에서도 경쟁형 경기 카루타의 흐름을 중심으로 본다.

목차 5

카루타에 관하여

전통적인 경기 카루타를 제대로 즐기려면 일본어와 짧은 일본 시에 대한 감각이 도움이 된다. 좋은 성적을 내려면 결국 100수의 시를 외우게 된다. 그 암기가 부담이면서도, 시 한 줄이 손끝으로 이어지는 맛이 이 놀이의 핵심이다.

요미후다와 토리후다가 보이는 카루타 카드

세트는 보통 200장이다. 100장은 시를 읽는 카드 요미후다(読札, yomifuda)이고, 나머지 100장은 바닥에 펼쳐 잡는 카드 토리후다(取札, torifuda)다.

요미후다에는 단가(短歌) 형식의 짧은 시가 실려 있다. 5-7-5-7-7, 모두 31음절이다. 토리후다에는 그중 마지막 두 구, 곧 14음절 분량의 히라가나가 적혀 있다.

경기에 쓰는 토리후다는 100장 중 50장이다. 나머지 50장은 그 판에서는 쓰이지 않는다. 50장을 두 선수에게 25장씩 나누고, 각자 자기 진영에 세 줄로 정리한다. 시작 전에는 카드 위치를 익힐 시간을 약 15분 둔다.

바닥에 펼친 카루타 토리후다

낭독자나 녹음이 남은 요미후다의 시를 읽는다. 먼저 서시(序歌)를 읽고, 본 시가 시작되면 선수들은 그 시에 해당하는 토리후다를 재빨리 터치해야 한다.

읽힌 시가 그 판에 깔린 어떤 카드와도 맞지 않으면 가라후다(빈 카드, dead card)다. 깔린 카드가 읽히면 상대보다 먼저 터치한 선수가 그 카드를 치운다. 상대 진영의 카드였다면, 상대 쪽에서 카드 한 장을 가져와 자기 진영으로 옮긴다. 자기 진영의 카드가 모두 사라지면 승리한다.

비결은 암기와 청취, 손 속도만이 아니다. 카드를 어떻게 섞어 놓았는지, 언제 상대 진영을 노리는지도 판을 바꾼다. 카드가 공중으로 날아가거나 손이 엉키는 장면도 흔하다. 그 밖에 지켜야 할 규칙과 반칙이 있다.

오테츠키(반칙)

  • 정답 카드와 같은 진영에서 잘못된 카드를 스쳐도 반칙으로 보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정답 카드와 그 근처 카드를 한꺼번에 쓸어 치우는 플레이가 가능하다.
  • 정답 카드가 있는 쪽과 반대 진영의 엉뚱한 카드를 건드리면 반칙이다. 상대는 자기 진영에서 카드 한 장을 반칙을 낸 쪽 진영으로 넘길 수 있다.
  • 가라후다가 읽혔을 때 아무 카드나 터치해도 반칙이다.
카루타 경기 중 카드를 재빨리 치는 장면

더블 반칙

  • 한 선수가 상대 진영의 엉뚱한 카드를 건드리는 동시에, 상대가 다른 쪽의 정답 카드를 잡으면 더블 반칙이 될 수 있다. 카드를 두 장 잃는 셈이다.
  • 가라후다가 읽힐 때 한 선수가 양쪽 진영의 카드를 모두 건드리면 더블 반칙이 된다.

경기 중 카드 위치를 다시 정리할 수는 있다. 다만 너무 자주 하면 예의에 어긋난다고 보는 분위기가 강하다.

한 음절만으로 구분되는 시가 일곱 수 있고(후, 호, 메, 무, 사, 세, 수 등), 세 음절까지 들어가야 갈리는 시도 많다. “치(chi)”로 시작하는 카드만 해도 Chihayafuru, Chigirikina, Chigiriokishi처럼 갈린다. 그래서 선수는 시의 결정 구간인 키마리지(決まり字, kimariji)가 들리는 순간 반응해야 한다. 판단·반사·스피드가 한꺼번에 필요하다.

치하야후루

카루타를 화면으로 가까이 느끼게 해 준 작품이 있다. 세 시즌으로 이어진 애니메이션 치하야후루는 카루타에 빠진 소녀 치하야의 이야기를 그린다. 카드 게임을 잘 모르더라도 캐릭터와 경기의 긴장감만으로 빠져들기 쉽다.

첫 화부터 몰입하기 좋고, 로맨스 요소도 가미되어 있다. “스포츠물”이라는 장르 감이 약해도, 시합의 호흡과 팀의 관계가 시청자를 붙잡는다.

치하야후루와 카루타를 연상시키는 이미지

카루타로 일본어 배우기

카루타를 하면 듣기와 읽기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민첩성과 암기력도 단련된다. 100수를 외우는 일은 긴 도전이지만, 게임 중에는 눈을 크게 뜨고 올바른 카드를 시각적으로 고르며 손을 내밀게 된다. 전통 우타가루타 덱은 전문 용품점이나 온라인에서 구할 수 있다.

백인일수 카루타 말고도 이로하 카루타, 학습용 히라가나·한자 카루타처럼 변형이 많다. 스마트폰 앱 스토어에서 ‘Karuta’나 ‘카루타’를 검색하면 글자 학습에 맞춘 앱도 나온다. 본질이 “상대보다 먼저 맞는 카드를 집는다”이므로, 한국어 문장이나 단어로 나만의 학습용 카루타를 만들어 보는 것도 가능하다.

꼭 전국 대회 규칙을 따를 필요도 없다. 카드 장수를 줄이거나, 여럿이 둘러앉아 가볍게 섞어 써도 된다. 시와 손놀림이 겹치는 그 간단한 구조 안에 꽤 깊은 재미가 있다.

출처 및 유용한 링크

저자 소개

Kevin Henrique

일본, 한국, 애니메이션과 게임을 중심으로 아시아 문화에서 10년 이상의 경험을 쌓은 전문가입니다. 일본어 교육, 여행 팁, 깊이 있는 흥미로운 이야기에 집중하는 독학 작가이자 여행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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