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카야 문앞에 배 나온 도자기 너구리가 서 있고, 산길에서는 눈 주위에 검은 무늬를 한 작은 갯과 동물이 스칩니다. 둘 다 타누키(狸)입니다. 한국어로 흔히 너구리라 부르지만, 일본어 たぬき는 북미 라쿤이 아니라 여우·늑대와 가까운 갯과 동물입니다.
일본의 일부 지역에서는 너구리 타누키를 무지나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무지나라는 단어가 오소리에게도 쓰이기 때문에, 타누키가 개인지 너구리인지 오소리인지 헷갈린다는 이야기가 오래전부터 따라다닙니다.

목차 4
행동과 생활 방식
그들은 잡식성이지만, 씨앗부터 개구리, 도마뱀, 작은 설치류까지 먹습니다. 야생 동물이지만 공격적인 성향은 없으며, 싸움을 피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위협이나 포식자를 피하기 위해 죽은 척을 하기도 합니다.
평생을 단 한 명의 짝과 함께하는 동물로, 임신 기간은 약 60일입니다. 수컷은 암컷을 도와 새끼들을 키우며, 젖을 뗄 때까지 50일 동안 암컷과 새끼들에게 먹이를 제공합니다.
그들은 갯과 동물 중에서 드물게 추운 계절에 동면과 유사한 상태에 들어가지만, 그 전에 체중을 50%까지 늘려 지방을 축적합니다. 나무를 오를 수 있게 해주는 구부러진 발톱과 비교적 작은 이빨도 가지고 있습니다.
몸길이는 최대 65cm 안팎, 몸무게는 4~10kg 정도입니다. 산과 평야에서도 보이지만 숲에서 더 흔하고, 마을 근처까지 내려오기도 합니다.
반려동물로 키운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실제로는 야생 동물입니다. 모피나 고기를 노린 사냥의 대상이 되어 온 역사도 있고, 일본에서는 농작물 피해를 이유로 잡히기도 했습니다. 대륙의 근연종은 모피 산업과 더 깊게 얽혀 있어, 일본 타누키의 숫자와 섞어 말하면 이야기가 어긋납니다.
타누키는 어떤 동물인가
학명으로는 흔히 Nyctereutes viverrinus로 따로 보거나, 대륙 너구리개의 아종으로 묶기도 합니다. 중요한 점은 하나입니다. 라쿤(Procyon)이 아닙니다. 눈가 무늬 때문에 서양에서는 raccoon dog라 부르지만, 혈통은 갯과입니다.
한국에서 말하는 너구리와도 완전히 같지 않습니다. 한반도의 너구리개와 일본 타누키는 가까운 친척이되, 섬에서 오래 떨어진 개체군입니다. 일본어 동물 이름(動物, doubutsu)을 익힐 때 たぬき를 그냥 “너구리”로만 외우면, 나중에 조각상과 요괴 이야기가 따로 노는 느낌이 듭니다.
일본 문화 속의 타누키
예전에는 무섭고 신비한 괴물로 묘사되었지만, 오늘날에는 관대함, 즐거움, 순수함의 상징으로 변모했습니다. 그래서 그의 조각상은 종종 일본 기업과 가정, 특히 손님을 끌기 위해 식당과 바 외부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일부 사람들은 타누키가 좋은 행운을 가져다줄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름 타누키를 他抜き(남을 앞지르다)와 겹쳐 읽는 말장난도 상점 앞에 두는 이유로 자주 따라옵니다. 시가현 시가라키의 도자기가 이 모습을 전국에 퍼뜨린 본고장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조각상에서 흔히 읽는 여덟 가지 요소는 대략 이렇게 갑니다.
- 삿갓 — 뜻밖의 재난을 피한다
- 큰 눈 — 잘 보고 판단한다
- 웃는 얼굴 — 사람을 편하게 맞는다
- 도쿠리(술병) — 덕을 쌓는다
- 외상 장부 — 신용을 중히 여긴다
- 큰 배 — 침착하게 생각하고 과감하게 결정한다
- 금낭과 과장된 불알 — 재물운
- 꼬리 — 끝을 잘 맺는다
도쿠시마에서는 11월에 아와노타누키(阿波の狸まつり)라는 축제가 열립니다. 옛 아와 지방에 타누키 전설이 많았던 흔적입니다.


바케다누키와 변신
여우처럼, 타누키는 모습을 바꾸는 능력으로 일본 민속에서 자주 묘사됩니다. 이 쪽을 바케다누키(化け狸)라 부르기도 합니다. 키츠네가 영리하고 때로 신성한 사자에 가깝다면, 타누키는 술과 장난, 어설픈 변장 쪽에 가깝습니다. 완전히 해롭지는 않지만, 지역 전설 중에는 사람을 골리거나 길을 잃게 만드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는 모자와 사케 병을 들고 있는 그림과 조각상에서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또한 큰 배와 엄청난 고환을 가지고 있는 예술 작품도 있습니다. 전설 속에서는 장난기 많고, 명랑하며, 친근한 존재로 묘사되지만, 악의적인 성향도 가지고 있습니다.
서양에 타누키를 알린 통로 중 하나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3입니다. 마리오는 타누키 슈트(Tanooki Suit)를 입으면 날 수 있고, 무적이 되는 조각상으로 변합니다. 지브리의 헤이세이 타누키 합전 폼포코는 개발에 밀리는 숲의 타누키들이 변신술을 꺼내 드는 이야기입니다. 일본의 괴물·신화·전설을 더 넓게 보면, 타누키는 키츠네나 갓파와 나란히 두어도 어색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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