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돌리기송 — 리크스핀과 이에반 폴카의 기원

파돌리기송 — 리크스핀과 이에반 폴카의 기원

미쿠의 파보다 먼저 돌고 있던 플래시

많은 사람이 하츠네 미쿠가 파를 빙글빙글 돌리는 영상을 먼저 만난다. 그런데 그 루프는 미쿠가 등장하기 전부터 이미 인터넷을 돌고 있었다. 블리치의 이노우에 오리히메가 장을 보여 주며 채소를 돌리는 네 컷, 그 위에 핀란드 4인조 로이투마의 스캣이 겹친 짧은 플래시. 한국에서는 그걸 파돌리기송이라고 부른다.

영어권은 리크스핀, 일본은 네기, 한국은 파. 같은 밈을 서로 다른 부엌 단어로 기억하는 셈이다. 그 어긋남이 이 이야기의 재미이기도 하다.

목차 4

파돌리기송은 미쿠보다 먼저였다

리크스핀은 로이투마 걸(Loituma Girl)이라고도 알려져 있다. 애니메이션 블리치 1기 2화에서 오리히메가 쿠로사키 이치고와 쿠치키 루키아에게 장을 보여 주며 줄기를 돌리는 장면을 잘라, 네 프레임으로 무한 반복한 플래시 또는 GIF다. 원작에서 그 장면은 오리히메가 이상할 정도로 이상한 요리를 하려는 개그의 일부였다.

흔히 이 애니메이션이 음악 없이 돌았다고 적히곤 하는데, 그건 사실이 아니다. 처음부터 곡이 붙어 있었다. 핀란드 그룹 로이투마가 1995년 데뷔 앨범에서 부른 이에반 폴카의 스캣 구간, 대략 27초짜리가 루프에 올라탔다. 뜻이 없는 음절이 계속 이어지니, 채소가 한없이 도는 그림과 묘하게 맞았다.

러시아 라이브저널 사용자 g_r_e_e_n이 2006년 4월 23일 이 링크를 올린 기록이 널리 인용된다. 같은 해 5월에는 LEEKSPIN이라는 단독 사이트가 뜨며 영어권으로 번졌고, LiveJournal, GeoCities, 4chan 같은 곳에서 미끼로도 쓰였다. 유튜브 패러디는 그해 여름께 쌓이기 시작했다. 7월이면 핀란드 신문 헬싱긴 사노마트가 로이투마에게 해외 팬레터가 쏟아진다고 보도할 정도였다.

파인가, 대파인가, 네기인가

일본어로 네기(ねぎ)를 검색하면 미쿠가 든 그 줄기가 나온다. 영어 밈 이름은 leek, 곧 서양 대파 쪽이다. 일본 원작은 한국 대파에 가까운 네기고, 영어권은 리크로 옮겨 부른 경우가 많다. 한국어 자료는 리크를 대파로 풀어 쓰기도 한다.

한국에서 이 밈이 입에 붙은 이름은 파돌리기송이다. 리크스핀으로 검색하는 사람도 있지만, 남는 말은 “파 돌리기”다. 부추로 옮긴 표기도 보이지만, 부추는 다른 식물이다. 화면 속 줄기와는 거리가 있다. 정확한 학명을 두고 싸우기보다, 세 언어가 서로 다른 부엌 단어를 붙였다는 점이 이 밈의 성격이다.

이에반 폴카는 핀란드 노래다

이에반 폴카(Ievan polkka)는 이에바의 폴카라는 뜻이다. 에이노 케투넨이 1928년 무렵 전통 폴카 선율에 가사를 붙였고, 동부 사보 방언으로 부른다. 젊은 남자가 이에바와 밤새 폴카를 추는 이야기다. 밈에 쓰인 대목은 그 서사가 아니라, 로이투마가 넣은 즉흥 스캣이다. 그래서 가사 사이트를 뒤져도 그 구간이 잘 안 나온다.

표기도 자주 엇갈린다. 산세리프에서 대문자 I와 소문자 l이 닮아 Levan Polkka로 읽히는 경우가 많고, 한국어로는 이바노 폴카처럼 와전되기도 했다. 곡 이름 자체는 이에반 폴카가 맞다. 로이투마의 그 버전이 2006년 봄 인터넷을 타기 전까지, 이 민요는 핀란드 밖에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미쿠가 파를 들게 된 순간

2007년 9월, 니코니코 동화에 오토마니아(Otomania)가 하츠네 미쿠에게 이에반 폴카를 부르게 한 영상이 올라온다. 치비 체형의 미쿠가 파를 흔드는 그림이 붙었고, 이 캐릭터는 나중에 하추네 미쿠(Hachune Miku)로 따로 불리게 된다. 굿스마일 컴퍼니가 넨도로이드로 만든 얼굴도 그 변형이다.

파를 든 하츠네 미쿠

미쿠의 파가 오리히메의 파를 덮어 버린 셈이다. 보컬로이드를 처음 접한 사람 상당수가, 파돌리기송을 미쿠의 상징처럼 기억한다. 게임 하츠네 미쿠 -Project DIVA-의 튜토리얼 곡으로 쓰인 것도 그 연장이다.

초록 양파인지 파인지 따지는 질문은 아직도 유효하다. 부엌 이름은 달라도 화면 속 줄기는 같은 루프를 돈다. 블리치 장보기 개그와 핀란드 스캣이 겹친 짧은 플래시가, 가상 가수의 상징 채소가 되기까지는 1년 남짓이면 충분했다.

출처 및 유용한 링크

저자 소개

Kevin Henrique

일본, 한국, 애니메이션과 게임을 중심으로 아시아 문화에서 10년 이상의 경험을 쌓은 전문가입니다. 일본어 교육, 여행 팁, 깊이 있는 흥미로운 이야기에 집중하는 독학 작가이자 여행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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