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은 성에 관심이 없다’는 말은 자주 반복되지만, 한 문장으로 결론 내리기에는 현실이 훨씬 복잡합니다. 연애 상대가 없는 사람의 비율, 결혼에 대한 생각, 부부의 친밀한 생활, 출산율은 서로 연결될 수 있어도 같은 지표가 아닙니다. 일본에는 다양한 세대와 생활 방식이 있고, 조사마다 대상과 질문도 다릅니다.
그래서 더 정확한 질문은 ‘일본인 전체가 관심을 잃었나?’가 아니라 ‘어떤 집단에서, 어떤 관계와 상황이 달라지고 있나?’입니다. 최근 조사와 연구를 함께 보면 연애와 결혼을 둘러싼 선택이 변하고, 관계를 시작하거나 유지할 시간과 여유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다는 점은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개인의 욕구나 사회 전체의 성생활을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목차 10
‘일본인 전체’라는 말이 놓치는 것
성에 대한 관심, 실제 성관계 경험, 연애 여부, 결혼 의향, 출산은 서로 다른 문제입니다. 연애를 하지 않는 사람이 모두 친밀한 관계를 원하지 않는 것은 아니고, 결혼하지 않는 선택이 곧 성에 무관심하다는 뜻도 아닙니다. 반대로 결혼한 부부의 성생활 변화만으로 젊은 미혼자의 생각을 설명할 수도 없습니다.
출산율 역시 한 가지 원인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주거비와 고용 환경, 돌봄 부담, 결혼 시기, 피임과 재생산에 관한 선택, 자녀를 둘러싼 개인의 계획이 함께 영향을 줍니다. 성생활에 관한 통계를 출산율의 단순한 증거처럼 읽으면 중요한 맥락을 놓치기 쉽습니다.
조사에서 확인할 수 있는 변화
부부의 ‘섹스리스’ 응답
2024년 일본가족계획협회가 실시한 온라인 조사에서는 기혼 응답자 가운데 한 달 이상 성관계가 없었다고 답한 비율이 64.2%로 집계되었습니다. 이 수치는 부부 관계에서의 친밀감과 생활 리듬을 생각하게 하지만, 조사에 참여한 사람들의 응답이며 일본의 모든 부부를 그대로 대변하는 숫자는 아닙니다. ‘섹스리스’의 정의와 기간도 조사마다 다르므로, 다른 조사와 숫자만 바로 비교해서는 안 됩니다.
연애 상대가 없는 미혼자
리크루트 브라이덜 종합연구소의 2023년 조사에서는 20~40대 미혼 응답자 중 현재 연인이 있다고 답한 비율이 29.7%였습니다. 같은 조사에서 연인이 없다고 답한 비율은 70.3%였고, 연애 경험이 없다는 응답도 늘어난 흐름이 나타났습니다. 이 결과는 연애의 기회와 기대가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 주지만, 표본 조사이므로 모든 세대와 지역에 똑같이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미혼자의 성 경험을 다룬 연구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의 연구는 장기간 자료를 바탕으로 미혼자의 성 경험 변화와 이성 교제 상대가 없는 사람의 증가를 함께 살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상관관계와 원인을 구분하는 일입니다. 교제 상대가 없다는 사실, 경제적 불안, 일하는 방식, 개인의 가치관은 서로 얽힐 수 있지만 어느 하나가 모든 사람을 설명하는 답은 아닙니다.

관계가 어려워지는 배경은 무엇일까?
조사와 인터뷰에서 반복해서 언급되는 배경에는 시간, 비용, 관계에 대한 기대가 있습니다. 장시간 노동이나 불규칙한 일정은 사람을 만날 시간과 에너지를 줄일 수 있습니다. 안정적인 소득과 주거를 갖추기 어렵다고 느끼면 결혼이나 자녀 계획을 미루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결혼이 한쪽의 경력이나 자유를 크게 제한할 수 있다는 걱정은 성별과 세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납니다.
연애에 대한 기대 자체도 달라졌습니다. 어떤 사람은 결혼을 생각할 수 있는 상대와만 교제하고 싶어 하며, 어떤 사람은 취미·친구·일·혼자 보내는 시간을 더 중요하게 여깁니다. 데이팅 앱과 온라인 공간이 만남의 경로를 넓혔지만, 선택지가 많다고 해서 관계를 시작하기 쉬워지는 것은 아닙니다. 피로, 불안, 실패에 대한 부담은 개인마다 다른 방식으로 작용합니다.
이런 설명은 경향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뿐입니다. 수줍음, 사회적 고립, 과로를 일본인 전체의 성격처럼 말하거나 특정 성별을 탓하는 방식은 사실을 흐립니다. 관계를 원하는 사람도 있고 원하지 않는 사람도 있으며, 그 선택은 존중받아야 합니다.
‘초식남’과 ‘섹스리스’라는 표현을 조심해서 써야 하는 이유
소쇼쿠 단시(草食男子)는 연애에 적극적이지 않은 남성을 가리키며 유행한 표현입니다. 의학적 진단명도 아니고, 한 사람의 성적 지향이나 욕구를 판정하는 말도 아닙니다. 이 표현을 모든 젊은 남성에게 붙이면 사람마다 다른 사정과 선택을 지워 버리게 됩니다.
‘섹스리스’도 마찬가지입니다. 보통 일정 기간 성관계가 없는 부부나 파트너를 뜻하지만, 기간과 관계의 범위는 조사마다 달라집니다. 두 사람이 합의한 생활 방식인지, 건강·돌봄·육아·근무 시간이 영향을 주는지에 따라 의미도 달라집니다. 숫자만 보고 관계의 만족도나 애정까지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출산율과 성생활을 같은 문제로 볼 수 있을까?
낮은 출산율은 일본 사회의 중요한 과제지만, 이를 ‘성관계가 줄어서’라고만 설명하는 것은 부정확합니다. 출산은 파트너십, 결혼 제도, 소득, 주거, 돌봄 서비스, 경력, 건강, 개인의 희망과 연결됩니다. 아이를 갖지 않기로 한 선택도 있고, 아이를 원하지만 조건이 맞지 않아 미루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출산 관련 통계와 연애·성생활 조사는 각각 무엇을 측정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조사 대상의 나이와 혼인 여부, 표본 수, 질문 시점, 용어의 정의를 먼저 보면 자극적인 제목보다 훨씬 정확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통계를 읽을 때 기억할 세 가지
- 대상을 확인하세요. 미혼자 조사와 기혼 부부 조사는 같은 이야기가 아닙니다.
- 질문의 정의를 보세요. ‘연인’, ‘성 경험’, ‘섹스리스’는 조사마다 범위가 다를 수 있습니다.
- 원인과 상관관계를 구분하세요. 한 조사 결과만으로 경제, 문화, 개인의 욕구를 단정할 수 없습니다.
결론: 무관심보다 변화와 다양성에 가깝다
일본인들이 모두 성에 관심을 잃었다고 말할 근거는 없습니다. 더 설득력 있는 해석은 연애, 결혼, 친밀한 관계를 둘러싼 환경과 기대가 변하고 있으며, 그 변화가 세대·성별·소득·생활 방식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숫자는 출발점일 뿐, 각자의 관계와 선택을 대신 설명해 주지는 않습니다.
일본의 연애와 성생활을 이해하고 싶다면 고정관념보다 조사 조건과 개인의 맥락을 함께 보세요. 그래야 출산율, 결혼, 외로움, 친밀감처럼 서로 다른 문제를 섞지 않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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