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 - 한국의 귀농 현상

서울이 너무 비좁게 느껴질 때, 한 세대가 아파트와 회의를 떠나 논과 산을 선택한 이야기.

월요일 아침 7시 반, 서울 지하철 2호선은 이미 꽉 차 있다. 강남의 사무실은 형광등 아래서 낮 시간 내내 돌아가고, 같은 노선이 9시쯤 되면 사람들로 미어터진다. 원룸 한 칸의 월세는 매달 치솟고, 강아지 한 마리 키우기도 쉽지 않은 집에서 매일 같은 하루가 반복된다. 점점 더 많은 한국인에게 그 일상이 ‘도시 생활’이라기보다는 ‘한 번도 서명하지 않은 계약’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들이 내린 답 중 하나가 귀촌(歸村)이다. 서울, 부산, 인천, 대구, 대전 같은 대도시를 떠나 한국의 작은 마을이나 농촌 지역으로 의식적으로 이사 가는 것, 대부분은 다시 도시로 돌아갈 생각이 없다.

단어 자체는 낯설지만, 그 뒤에 있는 현상은 낯설지 않다. 팬데믹 이후 수십만 명의 한국인이 서울의 소형 월세와 강원도·전라도의 작은 집 가격을 비교했고, 그중 적지 않은 수가 두 번째 선택지를 골랐다. 직장은 그대로 두되 재택근무로 바꿔 산 너머로 배경을 옮긴 사람, 폐교가 된 작은 초등학교를 동네 카페로 바꾼 사람, 마늘을 직접 심으며 새 출발을 한 사람. 귀촌이라는 단어는 그런 모든 선택과 그 결과로 달라진 일상을 한데 묶어 부르는 이름이다. 드라마에서도, 지자체的宣传물에서도, 부동산 유튜브에서도, 그리고 가족 모임의 식탁 위 대화에서도 귀촌은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니다. ‘서울을 떠나 산으로 가는 사람들’이라던 종이서적이 출간된 지도 한참 전이다.

저녁 시간 서울 도심의 아파트 타워와 붐비는 도로의 스카이라인
대부분의 귀촌 이야기는 이 풍경에서 시작된다. 인구 밀도와 삶의 속도가 가장 높은 도시.

귀촌이란 무엇인가

귀촌(歸村)은 한자를 풀어 쓰면 ‘마을로 돌아가다’란 뜻이다. 한국 사회에서는 서울 같은 대도시를 떠나 농촌 지역에 정착하는 행위를 가리키는 말로 쓰이며, 농업 경험이 있든 없든 상관없이 사용된다. 자주 함께 등장하는 단어가 몇 가지 있어 미리 정리해 두는 편이 헷갈림을 줄인다. 귀농(歸農)은 ‘농사로 돌아가다’, 즉 도시를 떠나 직접 농업에 종사하는 경우를 말한다. 귀향(歸鄕)은 ‘고향으로 돌아가다’라서 본인이 태어나고 자란 지역이 아니면 잘 맞지 않는다. 토요일집은 서울 사람들이 주말에만 머무는 별장을 뜻하지, 매일 사는 집이 아니다. 주말농장은 도심 사람이 땅을 빌려 잠깐 농사 체험을 하는 경우라, 귀농과도 다르다. 귀촌은 어디로든, 그리고 계속 사는 것을 전제로 한다.

실제로 귀촌을 하는 사람의 유형은 매우 다양하다. 같은 회사에서 100% 재택근무를 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자, 온라인 프리랜서와 마을 카페를 병행하는 디자이너,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텃밭 가꾸는 작가, IT 컨설팅을 하며 퇴근 후 산을 찾는 평범한 직장인, 은퇴 후 작은 농장을 운영하기로 한 60대, 그리고 외국에서 한국으로 정착한 뒤 지방 도시의 한적한 환경에 매력을 느껴 이주한 외국인까지 같은 범주에 들어간다. 단일한 운동이 아니라 비슷한 결정을 내리는 수만 명의 개인들이 만들어 낸 흐름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통계청이나 지자체의 ‘귀농·귀촌’ 통계는 이런 다양한 사례를 한꺼번에 묶어 세는 경향이 있어, ‘귀촌 인구 30만 명’ 같은 숫자만 봐서는 그 안의 결정을 짐작하기 어렵다.

다만 ‘귀촌’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으려면 보통 몇 가지 공통 조건이 있다. 도시(대부분 서울·수도권)를 떠난다. 농촌·소도시·중소도시의 정식 주소지로 주민등록을 옮긴다. 그 지역에서 최소 수 년 이상 머물 계획을 가진다. 주말에 양평에 다녀오는 것은 귀촌이 아니고, 여름 두 달 동안 합숙하듯 머무는 단기 체류도 귀촌의 일반적 의미와는 거리가 있다. 귀촌은 ‘이사’ 그 이상의 의미, 즉 일과 돈, 인간관계, 생활 시간의 축이 한꺼번에 다른 곳을 중심으로 재구성되는 사건이다.

다시 시골로 돌아간 기역

한국에서 귀촌이 공공 이야기로 자리 잡은 건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 2000년대에는 서울 외곽의 전원주택, 양평이나 가평, 남양주, 춘천 근교의 주말 집이 그나마 가까운 형태였다. 이 시기에는 ‘귀농’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더 많았고, 텃밭을 가꾸는 도시 농부나 소규모 농장으로 도시를 떠나는 사람이 주를 이루었다. 2010년대에는 자연 속에서 아이를 키우겠다는 30~40대 부모, 조용한 작업실을 찾는 예술가, 디자이너, 작가들이 한 축을 이루었다. 그 시기부터 ‘귀촌’이라는 단어가 신문과 방송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숫자가 늘어난 시기는 팬데믹 이후, 즉 2020년 이후다. 재택근무가 예외가 아니라 일상이 되면서, 회사와 회의실이 없어도 같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사무실이 있는 도시와 사는 곳이 분리 가능해졌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였다. 이 시기에 ‘시골 한 달 살이’ 같은 캠페인도 화제가 됐고, 문화체육관광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단기 체류 프로그램을 운영해 일반인에게 시골 생활을 직접 경험하게 했다. 그러나 그중 상당수는 체험에 그치지 않고 정식 이사 절차로 이어졌다. 체험의 끝이 거주지의 시작이 된 경우다.

2022년에서 2024년 사이에는 귀농·귀촌 관련 정책도 정비됐다. 귀농귀촌 종합센터가 시·도별로 운영되어 직업 훈련, 주택 알선, 정착 컨설팅을 제공했고, 체크인센터는 신규 진입자에게 마을 소개와 생활 정보를 안내했다. 혁신도시 정책과 지역균형발전 정책이 별도로 진행되면서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이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일부 전문직이 자연스럽게 지방으로 옮겨가기도 했다. 재정 인센티브 측면에서도 귀농·귀촌 희망자에게 이사비, 주거비, 자녀 학자금 등을 일정 부분 지원하는 사업이 운영됐다. 다만 이런 지원은 기금 상황과 정책 방향에 따라 시기와 자격이 자주 바뀌어, ‘지금은 어떤 혜택이 있는지’까지 확인하고 움직이는 편이 안전하다.

한국의 작은 마을들 가운데는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에 이름을 올린 곳도 있다. 디자인, 문학, 음악, 미디어 아트 등 분야별로 지정된 도시들은 지역 문화 자산을 활용한 재생 사례를 만들었고, 그 결과 귀촌을 단순한 ‘전원생활’ 너머의 문화적 현상으로 보는 시각이 자리 잡았다. 한 예로, 강원도 정선과 전북 완주, 경상남도 산청은 자연환경과 예술가 커뮤니티의 결합을 보여 주는 사례로 자주 거론된다. 또한 제주도는 자체적으로 ‘귀농귀촌 종합센터’를 통해 데이터 기반 정착 지원을 운영하는 대표 지역이다.

이 시기에는 ‘로컬 카페’, ‘농촌 펜션’, ‘마을기업’ 같은 용어도 빠르게 늘었다. 귀촌자 한 사람이 작은 카페를 열면서 마을에 새로운 모임 장소가 생기고, 그 카페가 다시 다른 귀촌자를 끌어들이는 순환이 만들어졌다. 진부하게 들리지만 실제로 한국의 많은 농촌 마을이 ‘귀촌자 1세대가 만든 작은 가게 하나’로부터 마을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증언한다. 반대로 도시 영세 사업장과의 경쟁에서 밀려 사라진 가게도 있어, 모든 귀촌자 사업이 성공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누가 다시 시골로 가는가

귀촌 인구를 한 단어로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자주 보이는 유형은 비슷하다. 먼저 30~50대 직장인이다. 재택근무가 가능한 IT·금융·교육·미디어 직종이 가장 흔하고, 회사는 그대로 둔 채 거주지만 옮기는 경우다. 부업으로 작은 온라인 사업을 병행하기도 한다. 다음은 어린 자녀를 둔 young 가족이다. 도시의 미세먼지, 좁은 놀이터, 학원 셔틀 일상에 대한 피로가 가장 큰 동기로 꼽힌다. 아이가 뛰어놀 수 있는 마당, 텃밭, 그리고 통학 거리가 짧아진 일상이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은퇴를 앞둔 5060 세대의 경우도 꾸준히 등장한다. 특히 직장인 나름대로의 수입 기반이 있고, 건강을 위해 자연 친화적 환경을 원하는 경우다. 어떤 이들은 고향 근처로, 어떤 이들은 전혀 새로운 마을로 이동한다. 크리에이티브 직업군—일러스트레이터, 도예가, 사진작가, 작가, 음악가, 영상 편집자—도 자주 보인다. 이들은 조용한 작업실, 값싼 집, 자연 소재의 영감을 얻기 위해 도시를 떠난다. 귀농자 출신의 경우, 즉 1차 귀촌 세대의 자녀가 또다시 도시로 갔다가 마을로 돌아오는 흐름도 있다. 이른바 ‘돌아오는 두 번째 세대’다.

최근에는 한국에 정착한 외국인이나 국제 커플의 귀촌 사례도 늘고 있다. 영어가 통하는 작은 마을, 외국인 친화적 지역자치단체, 다문화 가족 지원 사업 등이 결합되면서 일부 지역은 외국인 귀촌자 비중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 통계에 따르면 제주, 전남, 강원은 한국어를 모국어로 쓰지 않는 주민이 농촌 평균보다 높은 비중으로 정착한 지역이다. 어떤 이들은 영어를 사용하는 농촌 카페를 열거나, 농산물 직거래 플랫폼을 운영하기도 한다.

공통점을 짚어 보면 결국 ‘서울을 떠나도 먹고사는 기반이 있다’는 것이다. 재택근무든, 자본이든, 작은 수입이든, 그 기반이 없으면 귀촌은 선택지에 들어오지도 못한다. 역설적으로 귀촌은 도시에서 가장 자유로운 사람들, 즉 인터넷만 되면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가장 쉬운 선택이다. 그래서 귀촌을 ‘서울에 질린 사람들의 일탈’쯤으로 보는 시각이 생기기도 하지만, 실제 결정은 단순한 도피가 아니라 비용, 환경, 가족, 일의 구조가 함께 얽힌 계산에 가깝다. 결정의 중심에는 늘 ‘돈과 시간, 관계를 동시에 어디에 두느냐’란 질문이 있다.

이 점을 빼놓으면 귀촌 논의는 잘 빠지는 함정에 걸린다. ‘자연이 좋다, 물가가 싸다, 마음이 편하다’는 말만 반복하면, 그 말을 떠올릴 여유조차 없는 사람들—저임금 노동자, 돌봄이 필요한 가족, 의료가 필요한 어르신—에게는 귀촌이 ‘남의 일’로만 남는다. 한국 사회의 전반적인 귀촌 흐름을 평가할 때는 이 ‘선택 가능한 사람들’의 한계가 분명히 의식에 들어가야 한다.

어디로 이사 가는가

귀촌자들이 가장 자주 찾는 지역은 크게 다섯 가지로 묶을 수 있다. 첫째, 강원도다. 산과 바다, 사계절의 풍경이 강점이고, 서울에서 자동차로 2~3시간 거리라 접근성이 좋다. 강릉, 속초, 양양, 인제, 정선, 평창 등이 꾸준히 인기를 끈다. 둘째, 충청도다. 수도권과 가깝고 생활 인프라가 고르게 갖춰져 있어 ‘서울과 단절되지 않은’ 귀촌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적합하다. 충주, 제천, 보령, 태안 등이 거론된다. 셋째, 전라도다. 전통 농경 지역답게 음식과 마을 문화가 살아 있고, 생활 속도가 느리다. 전주, 군산, 순천, 여수, 담양, 화순 등이 꾸준한 관심을 받는다.

넷째, 경상도다. 남동쪽에 자리해 겨울이 조금 따뜻하고, 지역마다 강한 정서적 결속을 가지고 있다. 경주, 안동, 청송, 영덕, 거창, 산청, 통영 등이 후보지로 자주 거론된다. 다섯째, 제주도다. 바다와 카페, 펜션이 결합한 독특한 생태계로 후발 귀촌자와 1주~1달 단기 거주자를 모두 끌어들인다. 다만 제주도는 토지·주거비가 본토 평균보다 높고, 일부 지역은 귀농·귀촌 지원이 본도와 다른 기준을 적용해 ‘제주 귀촌 = 다른 나라’라고 농담처럼 말하는 사람도 있다.

구체적인 마을 이름도 자주 거론된다. 담양의 대나무와 죽녹원, 죽향문화의 이미지는 ‘한국적 전원’의 상징처럼 쓰인다. 하동의 차밭과 야생차 축제는 ‘차 한 잔과 함께하는 귀촌’의 이미지다. 양평의 도예 마을과 두물머리는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시골’이라 불릴 만큼 인기가 높다. 청송의 사과, 안동의 한옥과 간고등어, 경주의 고택과 빵집, 영덕의 청정 바다, 통영의 수산과 카페 거리 등은 각각 다른 결의 귀촌 매력을 보여 준다. 영산강 변의 마을들은 유튜브와 블로그에서 자주 소개되며, 느린 풍경과 강변 일몰이 도시 시청자에게 강한 매력을 갖는다는 점이 반복적으로 언급된다.

예능과 드라마에서도 시골 배경이 자주 등장한다. MBC 드라마 <벌집>(벌거벗은 세계사, 엄밀히는 KBS의 시골 배경 드라마와 구분해서 이야기해야 하지만), tvN의 <산후조리원>, JTBC의 <김장하다> 같은 작품들은 귀촌을 ‘멀리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이웃 이야기’로 느끼게 해준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도 <전원일기>처럼 시골에서의 일상을 보여 주는 포맷이 꾸준히 인기를 끌고, 이런 콘텐츠는 귀촌 후보 지역에 대한 관심과 입소문을 동시에 만든다. 다만 드라마·예능이 만들어 내는 ‘아름다운 시골’ 이미지와 실제 정착 과정에서 마주치는 현실 사이의 거리는 언제나 존재한다. 신선한 공기는 무료지만, 그 공기를 마시며 살아가는 일상의 조건은 무료가 아니다.

실제로 어느 지역을 고를지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영농을 본격적으로 하려면 논밭 접근성과 수원(水源)이 좋은 지역이 유리하고, 재택근무가 중심이라면 인터넷 속도와 도서·물류 접근성이 중요하며, 관광·숙박·카페 같은 서비스를 운영하려 한다면 차도에서 떨어지지 않은 입지가 유리하다. 이런 요소는 ‘어느 마을이 좋다/나쁘다’의 단순한 평가가 아니라 ‘나는 어떤 일상을 만들고 싶은가’란 질문과 직결된다.

가을빛 들판과 수확 시기의 논, 산책로를 따라 걷는 풍경이 보이는 한국의 농촌
귀촌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그려지는 풍경, 한국 농촌의 논과 산책길.

시골 생활의 역률과 과점

귀촌의 장점은 자주 이야기되지만, 현실의 어려움은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먼저 일자리 문제다. 재택근무가 가능한 직종이 아닌 경우, 지역에 따라 일자리가 거의 없다. 지방의 고용률은 직종 편차가 크고, 특히 청년층이 선호하는 사무·전문직 일자리는 절대적인 숫자가 적다. 귀농으로 직접 농업에 들어가더라도 초기 3~5년은 순수익보다 비용이 더 큰 경우가 흔하다. 다음은 의료 접근성이다. 대형 병원은 대부분 서울과 광역시에 몰려 있어 만성 질환자나 노년층에게 부담이 크다. 응급 상황 시 119 구급대 도착 시간, 24시간 약국 존재 여부, 정기 검진을 받을 수 있는 병원 수 등은 도시와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학교는 통폐합이 계속돼 학부모들의 선택지가 좁아졌다. 통학 거리가 길어지고, 학군이 약해지는 경우가 많아 자녀 교육이 가장 큰 걱정거리로 꼽힌다. 농어촌 통학班车, 기숙형 고등학교, 원격 수업이 보완책으로 등장했지만, 도시의 사교육 인프라와는 직접 비교하기 어렵다. 또 주민 평균 연령이 높아지면서 사회적 통합도 쉽지 않다. 외부에서 들어온 사람과 수십 년을 살아온 토박이 사이의 거리감은 한국 어느 시골에서나 비슷하게 나타난다. 마을 회의에 새로 합류하는 외부인의 발언권, 공동체 행사에서 ‘우리’ 호칭이 누구를 가리키는가, 분쟁이 생겼을 때의 조정 방식 같은 문제는 작은 마을에서 큰 의미가 있다.

문화적 충격도 의외로 크다. 도시에서 익숙했던 ‘걸어서 5분 거리 식당 한두 개’, ‘새벽 2시까지 운영하는 카페’, ‘당일 배송되는 쇼핑’, ‘다양한 공연과 전시’는 시골에서는 20~30분 거리로 바뀌고, 아예 없을 수도 있다. 그게 매력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적응이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마트, 카페, 대중교통 같은 일상 인프라도 도시와는 다르다. 버스 배차 간격이 길고, 택시 호출이 어려우며, KTX 정차역이 없는 마을이 많다. 자가용이 없으면 ‘가벼운 외출’조차 큰 계획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속도 자체가 느리다. 그 점이 누구에게는 치유가 되고, 누구에게는 답답함이 된다.

반면 얻는 것도 분명하다. 생활비가 내려간다. 같은 생활 수준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금액이 도시와는 다른 차원이다. 공기는 깨끗해지고, 아이가 뛰어놀 수 있는 마당과 텃밭이 따라온다. 마을 단위의 인간관계, 지역 음식, 장을 보는 식문화, 산책로와 강변 같은 자연 접근성은 도시에서 돈으로 사기 어려운 자원이다. 그리고 재택근무와 잘 맞는다는 점도 결정적 장점이다. 일과 생활의 경계가 부드러워지고, 출퇴근 시간이 생활 시간으로 바뀌는 경험은 대부분의 귀촌자가 가장 먼저 꼽는 변화다. 점심시간에 베란다에서 차를 마시고, 오후 미팅 후 논두렁을 산책하고, 저녁에는 동네 분이 키운 채소를 사오는 일상이 ‘당연한 풍경’이 된다.

그 사이에서 각 가정은 결국 자기만의 균형을 찾아간다. 아이 교육은 어떻게 할 것인가, 부업 수입은 어디까지 의지할 것인가, 동네 관계에 어느 정도 자기를 들여보낼 것인가, 부모 세대의 건강 관리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그리고 무엇보다 ‘왜 시골로 왔는가’란 질문을 스스로에게 자주 다시 물을 것인가. 귀촌은 답이 아니라, 이런 질문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사건이다.

귀촌과 한국의 미래

한국은 OECD 국가 중에서도 도시 집중도가 매우 높은 나라다. 전체 인구의 약 80%가 도시 지역에 살고, 그중 절반 가까이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 이 비중은 인구 정책, 부동산 정책, 교통 인프라에 큰 부담을 주었고, ‘서울 집중’ 문제를 풀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있었다. 혁신도시 정책은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옮기는 것이었고, 지역균형발전 정책은 산업·인구·교육 자원을 수도권 외부로 분산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국토교통부는 ‘제2의 수도권’을 만들기 위한 광역교통 계획을 꾸준히 발표해 왔고,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 같은 대규모 행정 도시 건설도 같은 흐름 안에 있다.

귀촌은 그런 정책 흐름과 나란히, 그러나 정책과는 별개로 시민들이 스스로 선택한 균형 조정이라 눈에 띈다. 정부는 ‘귀농귀촌 종합센터’와 ‘체크인센터’를 통해 정보를 제공하고 재정적 인센티브를 주지만, ‘서울에서 강원으로’ 이주한 한 가족이 그 흐름을 결정한 이유 1순위는 ‘정책이 좋아서’인 경우는 드물다. 보통은 아이 교육, 부모 건강, 생활비, 자연 환경, 그리고 ‘좀 더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막연한 욕망이 정책보다 한 발 앞서 작동한다. 정책은 이미 결정한 사람의 정착을 돕는 역할이지, 결정을 만드는 핵심 동력은 아닌 셈이다.

다만 귀촌이 영속적인 트렌드가 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재택근무 정책이 다시 출근 중심으로 회귀하면 도시 복귀가 늘 수 있다. 대형 IT 기업과 금융사 일부가 이미 ‘주 2~3회 출근’ 같은 절충안을 도입하면서 재택근무의 무게가 흔들리는 신호도 보인다.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약해지면 정착 비용이 올라가고, 젊은 귀촌 세대가 결혼·출산 시기를 맞아 교육 문제로 도시 복귀를 결정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다시 말해 귀촌은 ‘한 번 결정하면 끝나는’ 사건이 아니라 ‘몇 년 단위로 점검되는’ 선택이다.

국제적으로 보면 한국의 귀촌은 결코 혼자만의 현상이 아니다. 일본의 이 턴(Iターン)은 도시에서 지방으로의 이주를 뜻하는 일본식 표현으로, 도쿄·오사카 같은 대도시 직장인이 지방에서 일자리를 찾는 흐름을 가리킨다. 일본에서는 ‘고향 이주’ 지원제도와 ‘지방 창조’ 정책이 결합되어 가고 있고, 도쿄 일극 집중을 완화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에서는 ‘下乡(샹샤)’의 현대판이라 부를 만한 ‘귀촌·귀농(归乡返乡)’이 1선 도시 청년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미국에서는 팬데믹 이후 텍사스, 콜로라도, 테네시 같은 주로 도시 인구가 이동하는 ‘Sun Belt migration’이 사회적 이슈가 됐다. 한국 귀촌은 이 광범위한 흐름의 한 변주곡이다. 어느 사회든 대도시 집중의 대가를 스스로 누그러뜨리려는 시민의 움직임이 병렬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그 과정이 단순히 ‘서울을 떠난 사람들’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으려면, 지역 주민과 외부 귀촌자 사이의 대화, 의료·교육 같은 공공 서비스의 지방 강화, 그리고 ‘예쁜 풍경’ 너머에 있는 현실적인 조건들이 함께 다뤄져야 한다. 귀촌이 한국 사회에 대해 던지는 질문은 결국 이런 것이다. 도시가 아닌 곳에서 살고 싶을 때, 그 선택을 뒷받침할 일과 돌봄, 관계가 정말 존재하는가. 그 답은 정부 정책만이 아니라 한국 지방의 마을 하나하나가 앞으로 어떤 모양으로 남아 있을지에 따라 만들어질 것이다.

결국 귀촌은 ‘도시의 실패’만으로 설명되거나 ‘시골의 매력’만으로 미화되기도 한다. 실제 풍경은 그 사이, 즉 도시와 지방이 함께 변하고 있는 지금 이 시점의 한국 사회에 대한 응답이다. 읽고 나서 ‘그래서 나는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란 결론보다, ‘지금 이 도시와 지방이 어떤 사이인지’ 자체를 다시 보는 계기가 된다면, 이 글이 작은 한 조각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일상이 어디에 있고 싶은지, 그 답은 사실 당신의 손 안에 있다.

산 사이로 자리한 한국의 전통 사찰과 나무, 고요한 자연 풍경
귀촌의 풍경 중에서도 자주 회자되는 이미지, 산 속 사찰과 고요한 자연.
Kevin Henrique

저자 소개: Kevin Henrique

일본, 한국, 애니메이션과 게임을 중심으로 아시아 문화에서 10년 이상의 경험을 쌓은 전문가입니다. 일본어 교육, 여행 팁, 깊이 있는 흥미로운 이야기에 집중하는 독학 작가이자 여행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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