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 – 일본에서만 볼 수 있는 우산과 양산

카사 – 일본에서만 볼 수 있는 우산과 양산

우산과 삿갓이 같은 이름인 이유, 투명 우산, 와가사

한국에서는 비를 막는 우산과 햇빛을 가리는 양산을 거의 다른 물건처럼 나눈다. 일본에서도 비 우산을 아마가사[雨傘], 햇볕 가리개를 히가사[日傘]라고 따로 부르기는 한다. 그런데 길에서 누가 “카사 좀 빌려”라고 하면, 그 말은 둘 다를 가리킬 수 있다. 더 헷갈리는 지점은 그 발음이 손에 드는 우산만이 아니라, 머리에 쓰는 삿갓까지 같은 소리로 묶인다는 것이다.

장마철 일본 거리를 걸어 보면 그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편의점 앞에는 투명한 비닐 우산이 줄지어 있고, 축제 골목에서는 대나무와 종이로 만든 와가사가 펼쳐진다. 나도 그 투명 우산 하나를 사서 꽤 오래 썼는데, 결국 일본에 두고 왔다. 얇아 보여도 빗줄기는 잘 막아 줬고, 비를 가리키는 일본어 어휘가 그렇게 많은 나라답게 우산도 쓰임새가 한 가지가 아니었다.

목차 5

傘과 笠, 같은 카사라도 한자가 갈린다

흥미롭게도 카사라는 말은 傘뿐 아니라 로도 쓴다. 발음은 같고, 역할은 갈린다. 傘은 자루가 있어 손에 들고 펼치는 우산이고, 笠은 머리 위에 바로 얹는 삿갓이다. 옛말에서 か사는 원래 머리에 쓰는 쪽을 가리키는 일이 많았고, 자루가 달린 물건은 差しがさ라고 구별하기도 했다. 지금은 일상에서 둘 다 카사로 통한다.

다른 말 앞에 붙으면 か사가 が사로 바뀌는 경우도 많다. 진가사, 스가가사처럼 종류를 말할 때 그렇다. 삿갓 쪽만 봐도 쓰임이 갈린다. 스가가사[菅笠]는 사초로 엮은 원뿔형으로, 논밭과 여행길에서 비와 햇볕을 함께 가렸다. 한국에서 흔히 떠올리는 삿갓과 가장 가깝다. 진가사[陣笠]는 사무라이와 아시가루가 쓰던 전립으로, 철·가죽·나무·대나무·종이로도 만들었다. 타쿠하츠가사[托鉢笠]는 탁발하는 승려의 큰 삿갓으로, 얼굴 위쪽까지 가려 신원을 드러내지 않고 길을 걷게 한다.

우산 가게에서 산 투명 비닐과, 논두렁에서 본 스가가사는 한눈에 다른 물건이다. 그런데 일본어는 그 둘을 같은 소리로 묶는다. 카사를 이해하려면 이 한자가 갈리는 지점을 먼저 보는 편이 빠르다.

일본 거리에서 우산을 쓰고 비를 피해 걷는 사람들

거리에서 가장 먼저 보이는 투명 우산

일본 장마를 한 번이라도 겪으면 투명 우산이 왜 그토록 흔한지 금방 납득한다. 편의점과 역 앞에서 바로 살 수 있고, 젖은 우산을 접어도 안이 보여 부딪힐 일이 적다. 내가 샀던 것도 비를 막는 용도로만 썼는데, 소재가 꽤 질겼다. ‘일본에서만 보이는 우산’을 찾는다면 화려한 와가사보다 이 투명한 비닐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도쿄의 화이트로즈는 1958년 플라스틱 우산을 처음 만든 회사로 알려져 있다. 당시에는 투명 시트를 쓰기 어려워 첫 제품이 흰색이었고, 업계에서는 이단 취급을 받기도 했다. 지금은 일본에서 한 해 우산이 약 1억 3천만 자루 팔린다고 하며, 시중의 싼 비닐 우산 상당수는 수입품이다. 거리에서 흔히 보는 그 투명한 형태는 일본에서 자리를 잡았지만, 원조와 지금 편의점 500엔짜리 우산은 같은 물건이 아니다.

와가사 – 대나무와 와시로 만든 일본 전통 우산

일본의 전통 우산인 와가사[和傘]는 대나무 살에 와시를 붙여 만든다. 중국에서 전해진 뒤 일본에서 형태가 바뀌었고, 불교 의식에서는 신성한 도구로 여겨지기도 했다. 헤이안 시대(794–1185)의 초기 형태는 접히지 않는 차양에 가까웠고, 에도 시대에 들어서야 서민의 비 가리개로 넓게 퍼졌다. 게이샤와 마이코의 거리 모습과도 오래 겹쳐 있으며, 지금도 특별한 날과 무대에서 쓰인다.

교토의 하나마치 가게들은 손님에 따라 색을 나누어 쓰기도 했다. 보라색은 게이샤가 자주 썼고 장수의 상징으로 읽히며, 무용 쪽은 분홍, 중년은 초록이나 빨강, 남성·어르신은 짙은 파랑을 고르는 식이었다. 흰색은 장례 자리에 등장한다. 모든 지방의 규칙이라기보다, 전통 거리에서 색이 옷차림의 일부였다는 이야기에 가깝다.

펼친 와가사, 대나무 살과 일본 종이 와시가 드러난 전통 우산

반가사, 자노메가사, 히가사

와가사를 하나로 묶으면 놓치는 차이가 있다. 반가사[番傘]는 살이 굵고 와시에 기름을 먹여 비를 막는 일상용이다. 디자인은 단정하고, 예전에는 상인과 여관에서 손님을 맞을 때도 썼다. 자노메가사[蛇の目傘]는 가운데와 바깥의 동심원 무늬가 뱀의 눈처럼 보여 붙은 이름이다. 살이 더 많아 가늘고, 교토의 게이코·마이코가 기모노와 맞춰 드는 우산으로 자주 등장한다. 기름을 바른 것은 비에도 쓸 수 있다.

히가사[日傘]는 햇볕용이다. 기름을 바르지 않아 와시의 무늬와 빛이 그대로 살아나고, 비 오는 날 펼치면 종이가 먼저 상한다. 무대용 마이가사는 무용수가 상대의 움직임을 볼 수 있도록 비단처럼 비치는 천을 쓰기도 한다. 지금 와가사는 일상 비 가리개보다 다도, 혼례, 축제, 가부키, 사진 소품으로 더 자주 만난다. 종이 우산이라고 해서 약한 장난감은 아니고, 기름과 옻을 거친 반가사는 생각보다 빗줄기를 잘 견딘다.

우산에 담긴 일본의 기발한 발명

일본은 물건을 발명하는 일을 좋아하기 때문에, 디자인이 독특한 우산이 한두 개가 아니라는 사실은 어쩌면 당연하다. 이 목록의 우산을 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인기가 많은 것도 아니다. 그래도 ‘일본에서만 볼 수 있는 우산’을 찾는 사람이라면 와가사 다음으로 이 기발한 쪽을 빼놓기 어렵다.

어떤 우산은 비에 젖어야 숨은 무늬가 드러난다. 어떤 우산에는 머리를 가리면서도 앞이 보이게 바이저가 달려 있다. 일반적인 방향과 반대로 펴지고 접히는 우산, 손에 들지 않고 팔에 묶어 두는 우산, 우산과 모자를 합친 물건까지 나왔다.

여러 색과 무늬의 일본 우산이 늘어선 모습
  • 사무라이 우산 – 펼치면 평범한 우산이지만, 손잡이 모양이 카타나를 연상시킨다.
  • 코케시 우산 – 손잡이에 작은 코케시 인형이 달려 있다.
  • 베지타브렐라(Vegetabrella) – 우산 전체가 채소처럼 보이게 만든 장난감에 가깝다.

더 기이한 기획도 있었다. The Million Girls라는 프로젝트는 우산 안쪽에 애니메이션 풍의 다리와 속옷을 그려 넣은 제품을 내놓았다. 거리를 채우는 물건은 아니지만, 우산을 패션이나 장난처럼 다루는 감각이 어디까지 가는지를 보여 주는 사례다.

독특한 모양의 일본 우산들이 나란히 놓인 모습

투명 비닐은 장마의 실용이고, 와가사는 종이로 비를 막는 공예의 쪽이며, 삿갓은 두 손이 자유로운 카사다. 같은 단어를 쓰고도 물건이 세 갈래로 갈리는 나라가 일본이다. 우산을 나누어 쓰는 아이아이가사(相合傘)까지 곁들이면, 카사는 날씨 도구를 넘어 사람 사이의 거리 감각이 되기도 한다.

출처 및 유용한 링크

저자 소개

Kevin Henrique

일본, 한국, 애니메이션과 게임을 중심으로 아시아 문화에서 10년 이상의 경험을 쌓은 전문가입니다. 일본어 교육, 여행 팁, 깊이 있는 흥미로운 이야기에 집중하는 독학 작가이자 여행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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